#17 억지로 날개 달아달라는 것도 아닌데...

 

 

"어? 김부장...분명히 인사부 올라갈 때는...승진자 명단에 있었는데...없네???"

 

외국은행 리스크임원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에 내게 한 얘기이다...

 

양조직의 합병이...일단은 되었지만...인사나 급여나 승진은 여전히 구소속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었는데... 나는 부서장급에서는 외국은행 쪽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국내은행 쪽의 급여나 승진구조의 속박(?)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미국임원과 일하면서...느끼는 것이...

 

우리끼리 중요했던 것들이...중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서울대 출신인데...그러면 모하나?? 지방대 출신이라도 영어를 잘하고 업무 잘하면...그쪽으로 손들어준다. 내가 나이나 경력이 많은데...그러면 뭐하나?? 신입이라도 기발한 아이디어에 반짝이면...그쪽으로 손들어준다. 우리삼촌이 감독원에 있는데...그러면 뭐하나?? 그런가보다하고 만다.

 

이러니...보수적인 전통이 강한 국내은행의 틀이 여지없이 무너지고...소외감을 느끼는 분들에 의해서...나는 대표적인 안주감이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promotion?? What do you mean??"

 

내가 승진인사 시즌에 미국 대표임원에게 내입장을 얘기하자...나온 질문이다.

 

인사부 운영이 둘로 구분해서 운영되다 보니...내 몸은 여기 있더라도...저기서 얻을 것을 얻어내야 되는데...미국임원은 이해를 못하신다...외국은행 시각으로 product Head 면...우리식으로 부서장이면...그 다음은 임원이니...당연하다...

 

그런데 국내은행은 그거말고...호봉에 의한 2급승진..1급승진...그런것을 해야하는데...설명하다가 관뒀다.

 

한국분이셨던 리스크임원은 한국사정을 이해하니까...본인이 데리고 있는 국내은행 직원들의 승진을 알뜰히 챙기셔서...거기 직원들은 좋았다...나는 그래도 대상은 되었기에...올라간 모양인데...최종 누락된 모양이다.

 

몇달뒤...우연히 만난 동료직원이 내게 툭 던지는 말이 나를 아프게 했다...

 

"너...잘 나간다고들 보는데...쉽게 날개까지 달아줄까??? 인사부장 한번 찾아가지?? 아는 사이쟎아??"

 

또...정치구나....내가 누구편인지 알고 싶은 모양이구나...

 

일만 하면되지....

 

 

하긴...언젠가...의도치 않은 소란이 있었다.

 

전국 부서장회의가 있었는데...당연히 부서장인 나도 장소에 갔더니...그 회의를 주관한 부서에서...내자리를 안 만들어 놓았었다. 국내은행 쪽 부서인지라...국내은행 기준으로는 외국은행 임원 밑에 있는 조직들이 너무 많아 선별했다는 것 같다.

 

업무도 피곤한데 저녁시간 회의참석이 부담스럽던 차에...잘됐다 싶어서...

 

"그럼...나는 invite대상이 아니었던거네..." 하니까...

실무과장이 "예...저쪽...기자석에 앉으시면....."하길레...  "그냥 갈께" 하고 집으로 가버렸다.

 

그런데 미국 대표임원이 오셨다가...나를 찾은 모양인데...자리가 없어서 갔다니까...굉장히 화를 내신 모양이다. 외국은행의 은행장이니...그런분이 화를내니...국내은행 쪽 부서들이나 임원들도 아연실색한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에...나는 그냥 출근했는데...다들 호들갑이다. 오늘 아침까지 난리라고 한다. 은행전체 Consumer revenue의 40%를 첵임지는 Mr Kim에게 자리도 안주고 뭐하느냐는 식으로 뉴욕까지 흔들면서...뭐랬다나....

 

의도치 않게...그런일들이 생기니...그분들이 나를 좋게 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누가 억지로 날개 달아달랬나?? 때되면...업무 잘하면... 좀 해주지....화도 좀 난다...

 

 

도대체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누구를 위한 것이냐???

 

내가 몸담은 이 조직?? 아니면 나의 보스???

 

아니면...오로지 나???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