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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근처 우체국을 갔다가...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이제는 15년 이상된 오래전 이야기이니...우체국이라든지 농협이라든지 실명을 밝혀도 관계없을 듯 하다.
우체국은 정보통신부 산하의 기관이다. 그곳 직원들은 공무원인 셈이다. 물론 계약직들도 있겠지만...그래서 정보통신부 직원들은 나이들어...지역 우체국으로 발령받아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개인금융부에 있던 시절...우체국에서 은행측에 제안을 하나 했다.
우체국에서 개인대출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IMF시절에...은행들 조차 문을 닫는 상황에 직면해서는 우체국들이 많은 국민들의 선호대상인 적이 있었다. 정부기관이니까...망하지는 않을테니...안심하고 예금을 우체국에 맡기려 했던적이 있었다.
그런데...우체국은 대출기능이 없었다. 요즘도 그런지는 확인 못 해봤지만...신용대출...담보대출 한다는 얘기는 못들어 봤다.
아무튼...우체국...아니 정보통신부 입장에서는 전국적으로 깔려있는 네트웍을 활용하여 대출을 하고 싶어했다. 개인금융부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내가 적임자였던 모양이다.
6개월간 거의 매일 정보통신부의 담당자를 만나서 프로세스와 전산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고...우체국직원들에게 나누어줄 실무교본까지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지역별로 내려가서 직접 우체국 담당직원들을 모아서 연수까지 해주기로 하였다.
그 기간 나는 내가 공무원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정보통신부를 들락달락 거렸고...마직막 한달은 아예...거기로 출근을 했다.
나야...실무자였지만...이 project 자체는 전체로 보면 굉장히...영향력과 파괴력이 있는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금융권전체를 흔들만한 이슈이기도 하였다. 그 판단은 어차피 내 몫은 아니었으니...나는 차질없이 일이 진행되도록 노력하였다.
물론, 우체국이 대출을 한다고 하면...은행원인 나로서는 호랑이를 키우는 것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지만...그 단계까지 가려면...어차피 나의 세대에 일어날 우려들은 아니라고 봤다.
요즘...대출을 가지고 신규로 진입하는 IT중심의 P2P업체나...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있는 것 같은데...그분들 자리 잡으려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아무리 인터넷시대로 스피드가 UP 되었다고 해도...그게 안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암튼 D-day를 목전에 두고...나를 포함한 실무자를 두팀으로 나누어서...나는 제주도에서...광주...전주로 올라오고...다른 한팀은...부산에서 대구로...올라오는 식으로 전국적으로 흩어져있던 우체국직원들의 교육을 하기로 하였다.
제주도 교육을 마치고...광주에서의 교육도 마치고...전주로 올라온 날...
아침에 강의준비 하는데...all stop하고 그냥 서울로 복귀하라는 것이다...???
우체국과 마찬가지로 전국적인 네트웍이 있는 농협에서는 대출을 하고 있었는데...우체국이 대출을 한다니까...거세게 반발을 하면서...언론과 정치권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급기야 농림부장관이 절대 그런일은 있을 수 없다는 기자회견을 하고...그냥 듣기에...청와대 국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되며 농림부장관이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따지고...농협은 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넣으며...정부에서도 돈장사를 할거냐며...강력히 항의하였다.
게다가...시중은행들도 다 반발하면서...국가가 은행들과 경쟁하려 하느냐며...본연의 업무나 잘하라는 둥...
언론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연일 비난 일색이었다.
참...세상을 쪼금 바꾸는 것은...하고 있던것...익숙한 것을....바꾸려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결국...정보통신부장관께서...그일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면서...없었던 일이 되버렸다.
내 책꽂이 구석에는 그 당시 만들었던 교재가 하나 덩그러니 남아...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만약 우체국에게 대출기능이 그때부터 있었다면...세상은...금융권은 현재하고는 또다른 모습으로 지내왔겠지??? 예를들면...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금융 같은 것은 우체국만 통해서 해도 전국적으로 쫙 퍼질테니까...기존 은행들은 타격이 컸을텐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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