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너 빽 있어?? 돈 많어??

 

 

 

본부 부서에서 책임자급이상으로 근무중인 경우는...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본부부서 중에서도 특히 경영과 관련된...전략혁신, 종합기획, 인사부, 법규부 등등은 무조건 경영진 입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면...개인의 주관에 의한 방향과는 다르더라도 따라가야 되는 경우도 많고...대부분은 그냥 자기 일만 하지만, 그래도 주주총회에 동원되거나 등등 경영진의 입장에서 행동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많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책임자급중에 누군가가 깃발들고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판장(?)이라도 돌리는 날에는... 참 난감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직전년도에 노동조합 위원장선거가 있었다. 의외로 이거 한번 해보겠다고...경쟁이 꽤 치열하다. 과거에...나하고 친한 입행동기 H가 있었는데...우리동기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상대편 후보의 부위원장 후보로 나온적이 있었다.

 

나는 지점에 있을 당시여서...별로 그런데에 관심이 없었고...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저녁때에 몇몇 동기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는데...나보고 너는 H하고 친하니까...우리동기들 전체의사와 관계없이 그 쪽 찍겠네??하는 것이다.

 

"생각 안해 봤는데??" 하는데...꼭 무슨 배신자 쳐다보듯이 쳐다본다.

 

아...이런 종류의 일들하고는 무색무취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어서..그야말로 무색무취로 지냈다.

 

아무튼, 직전년도에는 우리동기중에 한명이 노동조합장 후보로 나와서...당선됐다. 나는 그전의 일도 있고해서...계속 무색무취로만 거리를 두면서 지내왔다.

 

어느날...연판장(?)을 들고 종합기획부 김대리가 나에게 왔다.

 

"뭐니??" 물어보니...

 

잘은 모르겠지만...계약직원 급여책정과 관련하여...기존직원들에게 다소 불이익이 있는 조치를 취하려는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반대하는 연판장을 본부부서 직원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잠시 읽어보고는..."나는 서명할 생각이 없어"라고 대답했다. 꽤 놀라는 눈치다.

 

게다가 노동조합위원장이 입행동기 아닌가? 의리상으로도 그렇고...이런식의 절차도 내 스타일은 아닌것 같고...

 

"저...이 층에서는 모든 책임자들이 다 사인했는데...김과장님만 안하시면...모양이 안좋고...위에서도 안좋게 보실수도 있는데..."

 

"괜챦아...내 판단이니까.."

 

잠시뒤...여신기획부 동기가 전화가 왔다...

 

"야...너 빽 있어??"   "아니"

"너 돈 많어?"   "아니"

 

"그런데...왜 사인 안해??"  껄껄 웃었다. "그래도 위원장이 동기쟎아..."

 

몇 주뒤에... 우연히 본부부서 중요한(?) 분들과 저녁먹을 일이 있었는데...그 일을 물어 보신다.

 

"위원장이 동기인데...그러면 안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해해주는 눈치다.

 

며칠뒤에는 노조위원장이 전화가 왔다...

 

"야...본부에 있는 동기들중에 너만 사인 안했더라...노조선거 할때는 난리들을 치더니...상황바뀌니까...이렇네..."

 

나두 관심은 별로 없는데...그게 맞는 거 같아서 그렇게 한것 뿐이다...

 

그래도 계속 무색무취로 지낼련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