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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 의리에 산다...

토토의 티스토리 2016. 10. 26. 23:09

 

결국 개인금융부에 주저앉아...기획업무를 맡고 있던 어느날인가...전산부 직원들과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시스템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끙끙대며 해결책 찾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갑자기 회의실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의 시끄러운...매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렸다. 개인금융부가 담당하는 분야중에는 연체관리 부문도 있었다. 간혹 연체중인 민원인이 항의하는 사례가 있었는지라...그저 그런정도로 생각했다.

 

게다가...연체관리 부문에는 노련한 박과장님이 담당하고 있었기에...신경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시끄러운 고함소리는 진정되지 않고 계속 되었고...우리는 회의실에서 회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다음 회의일정을 정하고는 회의를 끝냈다.

 

회의실을 나와서 사무실로 돌아오니...난장판이었다.

 

의자와 서류더미 그리고 각종 집기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10여명 남짓한 민원인들이 계속해서 행패(?)를 부리고...부서직원들은 어쩔줄 몰라 쩔쩔매고 있었다. 박주임한테 연체관리 부문에 연락해서 박과장 좀 찾아오라고 했지만...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종로구 창신동에서 상가분양받은 사람들이 분양사기를 당했는데...은행은 어찌됐든 은행에서 돈 빌려간 것은 맞으니...대출이자 내라고 한다는 것이고...이자 안내면 신용불량자로 등록 한다든가....그런 일로 시끄러웠다고 한다.

 

문제는 그런 대상자들이 집단대출로 취급하는 바람에 굉장히 많다는 것이고...오늘 대표로 10여명이 담당 부서로 몰려온 모양이다.

 

민원인들의 소란이 벌써 20분간 계속되었고...개인금융부장님이 부장실에서 나오셔서...민원인들을 일단 부장실로 들어가자고 하는 중이었다.

 

내 자리는 부장실 옆이어서 회의를 끝내고 돌아와서는...사태추이를 지켜보았다. 그런데...민원인들이 부장실로 들어가면서 부장실 문을 꽝 닫고는 부장님께 쌍스러운 소리와 함께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이건 아닌데...생각이 들었다.

 

부장실 문을 열었다. 걱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키작고 안경쓴 범생이 스타일이다.

 

그런데...부장실 안에서 서성이던 민원인 중에 한명이 문을 연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넌 뭐야?" 하는 소리와 함께 내 턱을 가격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나도 눈이 돌았다. 반사적으로 "뭐 이런 씨XX 놈이 다있어..."바로 벽으로 밀쳐버렸다. 한대 칠 생각이었다. 그 사람하고 나는 닭 두마리가 붙듯이 순간적으로 후다닥 엉켜버렸다.

 

갑자기 우리 사무실 안에서...민원인들의 고함대신...나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군대있으면서 배웠던 온갖 험악한 욕들을 다 내밷었다. 직원들이 말리고 난리가 아니었다...

 

지금도 그때일을 생각하면...아이구 x팔리네...

 

직원들이 말려서...더크게 번지지는 않았으나...그 후로 민원인들의 기세는 좀 수그러 들었다. 민원인들도 돌아갔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같이 소란을 피운 것 같아서요..." " 아니야...괜챦아, 아주 잘했어...정말이야..."

 

그날이후...부장님은 내가 하는 일에 토를 다는 적이 없었다...그대로 통과다...그냥 다 믿어 주셨다...내  의리를 느끼신 걸까? 누구도 두려워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나서는 나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으신 모양이다.  참고로 부장님은 ROTC출신이다.

 

그래서...부서내의 모든 책임자들은 부장님 결재를 받기전에 나에게 먼저 왔다...내일이 아니어도...내게 왔다...또...나만 바빠진거네...

 

"참, 연체관리 부문 박과장님 그때 어디 계셨어요?"

 

"무서워서..봉변 당할까봐 얼른 다른 부서로 피해 있었지...김대리...민원인하고 한판 했다며??? 미안해...술 살께!!!"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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