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네가 은행을 말아 먹으려고...??

 

 

신설부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여러가지 의미의 power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activity도 보여 주어야 한다. 다른 부서에서 깔볼 수 없을 전문성과 단합된 모습도 필요하다...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방향성은 명확했다.

 

그리고 달렸다...위 아래의 직원들을 독려하며 달렸다...

 

너무 달렸을까??

 

어느날 받은 전화한통...

 

"당신이 김대리야??"

 

"예...누구신지요?"

 

"야 !!!  네가 은행을 말아 먹으려고 환장을 했어?? 이런 놈을 봤나...!!"

 

"죄송한데...누구신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는데...자금담당 이 부행장이란다... 아이구...그 잘나가시는 분...

 

전화기 너머로 언성은 높아지고 지면에 쓸 수 없는 모욕적인 소리까지 들으며...10분을 얼굴이 벌겋게 하고 있었다.

 

"당장 원상회복하든지...자금부장 합의 받아놔...안그러면 넌 죽을 줄 알아...!!"

 

내가 주초에 영업점에 내보낸 공무원연금 담보대출 때문이다. 스토리가 있었다.  기획업무를 시작하면서...보니...다른은행들은 다 공무원연금대출을 하는데...우리만 안하는 거다. 내가 기획파트에 오기전에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공문이 왔었는데...우리는 안한다고...답변을 보냈단다.

 

두달이상 지났단다...

 

답답한 분들 같으니...은행이 대출하나만 하냐?? 공무원이 고객으로 들어오면 통장도 만들고 신용카드도 만들고... 게다가 자기연금을 담보로 대출나가니...이보다 안전한 대출이 어디 있는가???

 

문제는 대출금리였다...공단이 제시하는 금리가 낮았다...그렇지만 나는 할만하다고 판단했다...고객의 수익성을 한 상품으로만 평가하냐?? 거래전체로 평가해야지 !!!

 

공단을 달려가서 몇주간 매달린 끝에 우리도 하기로 했다. 문제는 은행내의 취급절차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 전산부는 그간 나하고는 많은 합을 맞춰 본지라 속도를 낼 수 있는데...다른 부서들이 골치였다. 협약서 검토하는 법규부는 내 전공이 법학인 점을 잘 알고 인정해주는 그쪽 직원들 덕분에 쉽게 풀수 있을 것 같구...

 

밀어부치자 !!

 

순식간에 합의부서에 우리부서 담당 부행장 승인까지 받고는...잠시 생각하다...은행장실로 들어갔다...취지를 설명하고 은행장님 사인을 받아냈다...

 

그리고는 영업점에 공표하고...아침에 영업점 대출직원들 강당에 다 불러모아서 교육까지 시켜버렸다.

 

그런데...자금쪽에서 자기들 합의 안받았다고...엄청난 돌이 날라온것이다.

 

자금부장에게 가서...잔소리 들었지만...그래도 은행장님 사인 있는데...자기들이 뭐 어떻게 할꺼야?? 나 하나 희생해서 일이 잘된다면야...

 

그래도...주말내내 마음이 편치않고 소화도 안됐다.

이게 지금 내가...뭐하는 건가?? 조용히 눈치나 보면서 살아야 하는데...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의욕은 떨어졌다...그때 온 전화 한통...이부행장님 비서란다....이부행장님이 통화하고 싶으시단다...아침부터 또 쌍소리들으며 시작하겠네...

 

"난데...오늘 점심약속 있나?"

 

"네??"  있어도 없어야 했다.  "없습니다"

 

점심내내 그 일(?) 얘기는 한마디도 안끄내신다...그냥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은행들 돌아가는 얘기만 하신다. 시원하게 웃으시면서...그리고는 사무실로 들어가시면서...하시는 한마디

 

"요즘, 자네 일 열심히 한다고 소문이 자자하데???"

 

그날 오후에 자금부장 사인을 받아왔다...부행장께서 나에 대한 얘기를 어디선가 들으신 모양이다.

 

어휴...내 수명 단축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