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긴 어딜가, IMF상황인데...
개인금융부에 있으면서도...중요직책은 맞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곧 다른 곳으로 갈 입장인데...괜히 깊게 발담구기 싫어서였다. 그냥 시스템이나 체크하고 프로세스의 애로사항을 전산부와 협의하며...유지보수(?)나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어느날...개인금융부장님이 내자리에 오셔서는...잘마무리 되냐고 물으셨다. 예...잘되고 있습니다. 답변을 드리니까...그럼, 이제 서서히 기획파트로 올 준비해야지??? 얘기하신다...그냥 웃기만하고 답은 안드렸다...속으로는 몇주뒤면 전략혁신부장이 약속하신 3개월이 되면서 다른 곳으로 간다는 얘기가 혀끝에서 맴돌았다...
그런데...대한민국정부가 IMF 구제금융신청을 한단다....
IMF...
겪어보지 못한 세대는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은행의 예금금리는 20%로 치솟았고, 대출금리는 아파트담보대출이라도 25%이상이 되었고...그마저도 대출신규 동결이다. 돈이 돌지 않고 귀하게 되었다. 아파트 가격은 대폭락을 하였다. 개포주공이 1억원이었단다...
뿐만 아니라...기업들이 IMF전후로 무너진다...대마불사의 신화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이다. 그 시절 대우, 한보, 기아 같은 업체들이 없어지고...공중분해되고...팔리고 그랬다. 그러니, 거기에 몸 담았던 종업원들은 졸지에 실직자로 거리에 내몰리는 꼴이 되었다.
심지어 삼성도 그 당시에 1차 부도를 당했다. 그 당시에도 자존심 짱짱한 삼성이 망신당한 것이다. 물론, 다음날 부도금을 납부하면 문제는 없다...다만, 조그만 업체 같았으면...거래축소하거나 종료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공무원이라 여겨지던...은행들도 사라지게 되었다...제일은행, 조흥은행, 상업은행, 한일은행... 아이구....이게 웬일인가 !!!
제일 후지게 보던 국민은행이 기업대출 많이 안한 덕분에 금융권의 최강자가 되는 순간이다. 기업대출 했던 은행들은 기업들이 망하니까...같이 망해 버렸다...
나는 헷갈렸다...개인금융을 하는 것이 정답인가?? 기업금융은 앞으로 비젼이 없을 것인가?? 점이라도 보고싶은 심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있는 은행은 신설은행으로 멀쩡했으니...실직걱정은 없었다.
사실...피인수되는 은행에 한달간 파견나가는 상황이 있었다...그 은행의 전산부직원들이 강원도 어딘가에 함께 모여 있었다고 하는데...요즘도 그렇지만...은행은 전산이 STOP되면...아무리 항우장사가 와서 영업점을 지켜도 방법이 없다. 전산이 최우선인 것이다. 그래서 경찰들이 피인수은행원들을 잡으러(?) 다녔다.
그리고는 잡아왔다...전산부 직원들을...어이없는 것은 인수하러 간 은행직원들 보고...잡아온 전산부 직원들을 설득하라는 것이다...나두 거기에 동원(?)됐고...어느 젊은 전산부 직원을 마주하고는 씁쓸했다...정말 하기 싫었다.
정말...은행생활하면서....별놈의 짓거리를 다해본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옆의 차장급 고침직원이 다 얘기하고...자술서에 사인 받고...다 했다.
개인금융부에서 나에게 복귀하라는 연락이 왔다...도대체 나는 언제 발령이 나는 거야??? 기업심사역 하고 싶은데...그런데 이게 웬 난리야?? IMF ?? 이런상황에서 기업심사역 해도 되나?? 개인금융은 좀 괜챦은 건가??
나두 답을 못내면서 복귀를 하니...개인금융부장님이 빨리 기획담당으로 들어와서 업무를 진행하라신다...작금의 상황에서 개인금융의 전략을 짜고 방향을 잡아보자는 것이다....
저...부장님, 제가 다른 곳으로 인사이동 예정인데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가긴 어딜가....??? 지금 IMF 비상상황인데...."
며칠뒤에 전략혁신부장님이 전화가 왔다...." 야...너 괜챦니?" 거기도 괜챤쟎아?? 나중에 나한테 고마워 할껄??
(to be continued)